머리카락이 없는 스님에게 빗을 팔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며 사고의 폭이 더 확장되는 경험을 할지도 몰라요. 이야기 속 주인공은 스님에게 빗을 1,000개나 팔았어요. 그는 찾아오는 신자들에게 스님의 필체로 적선소(積善梳:선을 쌓는 빗)라고 새겨 신자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절을 찾을 거라고 했죠. 스님은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며 그 자리에서 1,000개의 빗을 샀고, 신자들의 반응도 좋았기에 앞으로도 매월 빗을 납품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이야기예요.
이 이야기를 보면 관점을 바꿔 생각하는 '역발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어요. '빗은 머리를 다듬는 것'이라는 관점을 달리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가 있거든요. 역발상이야말로 수많은 경쟁자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 마케터에게 필수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은 기존 공식을 깨고, 역발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사례를 가져왔어요.
❶ 고정관념 뒤집기 :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2006년 바나나 우유 시장을 강타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기억하시나요? 바나나하면 노란색이 연상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맞아, 바나나 껍질이 노란 거지, 알맹이는 하얀색이네. 노란 바나나 우유는 인공 색소가 들어간 걸까?'라고 생각하게 돼요. 당시에 바나나 우유 시장에는 후발주자로 등장한 제품이지만, 대중들에게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카피로 확실하게 각인되었죠. 출시 1년 만에 하루 20만 개의 판매량을 자랑하며 바나나 우유 시장의 이인자로 빠르게 자리 잡을 정도였으니까요.
❷ 불량품이 아니에요 : 하인즈 케첩 & 코로나 맥주 만약 라벨이 삐뚤어지게 부착되어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일반적으로 불량이라고 생각할 텐데요. 하인즈 케첩은 이 점을 노려 역발상 마케팅을 시도했어요. 원래 하인즈 케첩은 유리병에 담겨 있는데, 유리병에 담긴 소스는 밖으로 따라내기 어렵다는 불편함이 있죠. 그래서 하인즈는 케첩이 잘 나오는 이상적인 각도에 맞춰, 라벨을 45도로 기울여 부착했어요. 삐뚤어진 라벨이 바르게 보이도록 병을 기울였을 때 케첩을 가장 쉽게 따라낼 수 있다는 것을 의도했어요.
맥주병 뒷면이 보이게 찍은 코로나 맥주 Recerse Label 캠페인 (사진 2022 Clio Awards Shortlist)
매장에 진열된 제품들을 보면, 상품 라벨이 정방향으로 보이도록 고르게 진열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보실 수 있는데요. 코로나 맥주는 일부러 맥주병의 뒷면이 보이도록 진열했어요. 오프라인뿐 아니라 광고에서도 뒷면이 보이게 뒤집어 놓고 찍은 사진을 사용했고요. 이 사례도 실수가 아닌 일부러 의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었어요. 일부러 뒷면에 적힌 성분 분석표를 보여주면서 100% 천연 성분을 사용한다는 특성을 강조한 거예요. 코로나 맥주는 예전부터 자연과 가까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고수해 왔고, 더욱 강화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던 거죠.
틀을 깨버린 과감한 변화, 시도하기 어렵지만 전략이 잘 먹혀들어간다면 그만큼 짜릿한 것도 없을 것 같은데요. 본문에서 이 외 6가지의 역발상 마케팅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