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진 않아도 현실적인 친환경

우리가 주목한 건 산업혁명이 가져온 아이러니한 결과였어요.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됐고, 삶의 질의 평등성은 높아졌죠. 이제는 오히려 과잉 생산의 시대에 들어섰어요. 옷의 80%는 입혀지지도 못한 채 버려지고, 사람들은 물건의 효용이 다하지 않았는데도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요.

사진: 인터뷰이 제공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환경 혁명 시대'를 열어가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대량 생산이 아닌 주문 후 생산 방식을 도입했고, 결제가 완료된 후에야 제품을 만드는 온디맨드 방식을 채택했죠. 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였어요.

화장품을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소비재'가 아닌, '환경 혁명을 이끄는 도구'로 재정의하고자 했던 거예요.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위한 실천에 함께 동참하는 경험이에요. 매 구매가 작은 혁명의 일부가 되는 거죠.

친환경이라는 가치는 저희에게 양날의 검이었는데요. 브랜드를 강력하게 차별화하는 무기이지만,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죠. 이 감옥은 사실 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진정한 친환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저희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의 딜레마가 대표적인데요. 매월 제품을 배송하다 보니 연간 12개의 용기가 필요했는데,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1년에 화장품을 3~4개 정도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환경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였죠. 원칙주의적 고객들은 작은 타협조차 비판했고, 신규 고객들은 불편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깨달은 중요한 통찰이 있어요. 한 사람의 100% 완벽한 실천보다, 만 명의 20% 참여가 환경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이요. 이것이 브랜드를 확장하면서도 본질을 지킬 수 있었던 철학적 기반이 됐어요.

종이 패키지를 처음 개발할 때는, 모든 패키지 제조사들이 한결같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액상 화장품을 담을 수 있는 종이 패키지는 당시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기술적 난제들을 하나씩 극복해가며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직면한 또 다른 딜레마가 있었어요. 완벽한 종이 패키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4.2g의 플라스틱 성분이 여전히 필요했거든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죠.

사진: 인터뷰이 제공

그 지점에서 저희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어요. '완벽한 제로'라는 이상보다 '현실적인 혁신'을 추구하기로 한 거죠. 기존 플라스틱 용기가 50g 이상 필요했던 것과 비교하면, 4.2g은 90% 이상의 획기적인 감소였으니까요.

일부 제로웨이스트 진영에서는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최선의 혁신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환경 문제는 단박에 완벽하게 해결될 수 없는, 점진적 개선의 여정이라고 믿었거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자.' 이것이 종이 패키지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진정한 메시지예요. 환경 운동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불완전하지만 의미 있는 여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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